영화 500일의 썸머를 N번 째 관람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해석해본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썸머와 톰 중 누가 나쁜 사람일까?에 대한 해석, 결말 분석을 통해 이 영화가 사랑 이야기가 아닌 톰의 성장 서사라는 점을 짚어봅니다.
1. 영화의 줄거리
영화 '500일의 썸머'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순수한 남자 '톰'과 사랑을 믿지 않는 자유로운 여자 '썸머'의 500일간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가 아닌 톰의 기억을 따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톰은 회사에 사장의 새로 온 비서 썸머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가 자신의 운명임을 직감합니다. 두 사람은 연인인 듯 친구인 듯 애매한 관계를 시작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관계를 명확히 하고 싶어 하는 톰과 달리, 진지한 관계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썸머 사이에는 점차 균열이 생깁니다. 결국 썸머는 톰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보하고, 톰은 깊은 슬픔에 빠져 그녀와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곱씹어보게 됩니다.
톰과 썸머는 회사 직원의 결혼식에서 갑자기 재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썸머는 자신의 파티에 톰을 초대합니다. 설레는 마음과 재회를 꿈꾸며 썸머의 집으로 간 톰.
하지만 톰은 썸머가 다른 남자와 약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별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랑이 썸머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음을 깨달은 톰은, 마침내 건축가라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합니다.
2. 영화 해석: 썸머가 나쁜 것일까? 톰이 문제일까?
2-1. 썸머가 나쁘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썸머가 나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썸머의 행동이 너무 이기적이고 상대방에게 혼란을 줬다고 생각했죠.
① 명확하지 않은 태도
썸머는 처음부터 "진지한 관계는 원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라고 톰과 자신의 관계를 정의하면서 행동은 마치 연인인 것처럼 합니다. 회사 복사실에서 키스하고, 이케아에서 신혼부부처럼 데이트를 즐겼죠.
말과 행동이 다른 이런 모습은 톰에게 "혹시나?" 하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관계를 원치 않았다면 행동도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② 일방적인 관계의 주도
두 사람의 관계는 항상 썸머가 원할 때 시작되고, 원치 않을 때 멈췄습니다. 톰이 관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썸머는 회피했습니다. 결국 자신의 감정만 중요했을 뿐, 톰의 감정은 존중하지 않았죠.
③ 잔인한 마무리
결정적으로, 톰과 헤어진 후 다른 남자와 갑작스럽게 약혼하고 결혼한 것은 가장 큰 비판 지점입니다. 심지어 톰을 자신의 약혼 파티에 초대하고, 그 사실을 파티 당일에야 알게 만들었죠.
이는 실연의 상처를 겪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행동이라는 의견입니다.
- 요약: 썸머는 관계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연애의 즐거움만 누리려 한 '어장관리녀'였습니다.
2-2. 아니다, 톰이 문제다
영화를 두 번째 봤을 때에는 썸머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톰이 썸머의 입장과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이해하고 싶은데로 썸머와 관계를 이해했던 것이죠.
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태도
썸머는 영화 초반부터 여러 번, 명확하게 "나는 남자친구가 필요 없다", "진지한 관계는 부담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톰은 이 말을 무시했습니다. 그는 썸머와의 공통점(스미스 음악 취향 등)에만 집착하며 그녀를 '운명의 상대'라는 자신의 환상 속에 가둬버렸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오해한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② '썸머'가 아닌 '환상'을 사랑한 남자
톰은 진짜 '썸머'라는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외로운 삶을 구원해 줄 '운명의 여자'라는 판타지를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는 썸머의 생각, 음악과 예술적 취향이나 감정을 깊이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 자신의 환상에 그녀를 끼워 맞추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녀가 왜 링고스타를 좋아하는지, 그녀의 집에 있는 예술품들에 대한 이해, 영화를 보며 그녀가 우는 이유 등 그런 모든 것들에 톰은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③ 수동적인 태도와 책임 전가
톰은 관계 발전이나 위기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바에서 다른 남자가 썸머에게 시비를 걸었을 때도 미숙하게 대처했고, 관계가 삐걱거릴 때도 대화를 주도하기보다 혼자 끙끙 앓았습니다.
관계에 있어서도 썸머의 확고한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이 원하는 진지한 관계만을 고집하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결국 이별의 모든 원인을 썸머에게 돌리며 자신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며 스스로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죠.
- 요약: 톰은 상대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환상에만 집착한, 미성숙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2-3. 결론: 나쁜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이 있을 뿐
사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누가 더 나쁘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500일의 썸머'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 기대치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겪게 되는 필연적인 충돌을 보여줍니다.
썸머는 사랑과 관계에 대해 회의적이고 신중한 사람이었고, 톰은 운명과 낭만을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행동했지만, 그 방식이 서로에게는 상처가 되었던 것이죠.
결국 이 영화는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관객이 톰의 시선에 감정이입을 하면 썸머가 나빠 보이고,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면 톰의 미성숙함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이 영화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사랑의 복잡한 속성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3. 결말 : 톰의 성장 서사와 계절의 변화(스포일러 포함)
500일의 썸머는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감독이 밝혔듯이,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톰의 성장 서사로 보았습니다. 500일이라는 시간 동안 톰이 겪은 것은 썸머와의 이별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성찰과 성장의 과정으로 보였습니다.
썸머와의 진짜 이별
자신이 좋아했던 공원에서 톰은 마지막으로 썸머를 만나게 됩니다. 썸머와 톰은 성숙한 이별을 하게 되고, 사랑을 믿지 않았던 썸머는 운명과 사랑을 믿게 되고, 톰은 운명같은 건 믿지 않는 냉소적이고 사랑 따위 믿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음을 깨닫죠.
하지만 썸머는 톰에게 톰이 옳았음을 다시 알려줍니다. 자신의 남편을 운명처럼 만난 것, 썸머가 톰에게 운명이 아니었고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별했음을 알려주며 톰에게 운명과 사랑에 대한 희망을 주고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뜨거운 여름(Summer)이 지나고 차분한 가을(Autumn)이 시작됩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여자를 만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톰의 내면적 변화를 상징합니다. 톰의 인생에서 뜨거웠던 500일의 여름을 모두 끝내고 차분한 가을로의 전환을 뜻합니다.
어텀의 등장과 톰의 변화
새로운 직장 면접에서 만난 어텀에게 톰은 자신이 먼저 다가가 커피를 제안합니다. 이전의 톰이라면 운명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운명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나가는 톰에게 어텀 또한 커피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다시 500일의 어텀이 시작되는 것일까요? 하지만 500일의 썸머를 겪으면서 톰은 그만큼 성장했고 또 달라졌을 겁니다.
이제는 톰이 현실적이고 성숙한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톰이 운명의 대상을 만난 것이기를 바라봅니다.
건축가라는 꿈을 향한 성장
톰은 썸머와의 이별과 함께 자신의 꿈이 아닌 돈 때문에 다니던 카드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고 건축가라는 자신의 꿈을 다시 어어나가기로 결심하죠. 이러한 자신의 꿈을 좇기 시작한 것도 톰의 성장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이제는 의미 없는 직장이 아닌 자신의 꿈을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니며 노력합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톰이 내면적으로도 성장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500일의 썸머'는 결국 한 남자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성장 이야기입니다. 운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4. 영화 다시 보기(OTT)
이 영화는 현재 디즈니플러스와 쿠팡플레이에서 스트리밍 가능합니다. 영화를 한 번 보고 톰의 입장에서 영화를 이해하셨다면, 두 번째 감상에서는 썸머의 입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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