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영화 헤레틱 리뷰: 휴그랜트의 밀실 속 믿음에 대한 시험

by 무비콜렉터 2025. 8. 17.
반응형

영화 <헤레틱>, 그냥 보면 공포, 알고 보면 철학. 정정훈 촬영감독의 밀실부터 모노폴리 게임의 상징까지, 영화의 메시지를 파헤치는 4가지 감상 포인트를 통해 휴 그랜트가 설계한 믿음의 시험과 결말을 완벽 분석합니다.

영화 헤레틱 포스터


글의순서

  • 영화를 보게 된 계기
  • 줄거리: 믿음이 시험대에 오르다
  • 알고 보면 더 재밌다! <헤레틱> 감상 포인트 4
  • 결말 해석: 나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스포일러 포함)

영화를 보게 된 계기

여러분은 배우 때문에 '꼭 봐야지' 하면서도, 왠지 모를 장벽 때문에 망설였던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헤레틱>이 바로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로맨스 영화 속 '젠틀맨의 아이콘'이었던 휴 그랜트를 워낙 좋아하기에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컸지만,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는 서늘한 공포감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죠.

 

그러다 무더운 여름, 등골 오싹한 스릴러가 당기는 계절이 찾아왔고, 마침 웨이브(Wavve)에 공개된 것을 보고 드디어 용기를 내어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알던 휴 그랜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미스터리하고 지적인 악역 '리드'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신선함은 이 영화가 주는 공포감만큼이나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헤레틱>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핵심 포인트들을 짚어보려 합니다. 단순한 공포 스릴러를 넘어, 영화가 곳곳에 숨겨둔 상징과 장치들을 발견하는 순간,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르게 보일 거예요.


줄거리: 믿음이 시험대에 오르다

리드의 집에 방문한 반스와 팩스턴

이 영화는 외딴집에 방문한 두 명의 젊은 선교사가 친절한 집주인 '리드'(휴 그랜트)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 그의 집이 믿음을 시험하는 거대한 미로이자 감옥임을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다! <헤레틱> 감상 포인트 4

영화는 단순한 스토리라인 위에 겹겹이 쌓인 상징과 장치들로 가득합니다. 이 포인트들을 알고 보면 영화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었는지 

감탄하게 되실 거예요.

포인트 1: 정정훈 촬영감독이 설계한 완벽한 '밀실 공포'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집'이라는 공간 그 자체입니다. 리드의 집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설계된 거대한 실험실이자 감옥입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정집 같지만, 그 내부는 철저히 외부와 단절되어 있습니다. 벽과 천장은 모두 금속으로 마감되어 있어 휴대폰 신호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현관문은 타이머로 제어되는 견고한 잠금장치로 막혀 있어 정해진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열 수 없습니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완벽히 고립된 공간의 특성은 <올드보이>,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정정훈 촬영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극대화됩니다.

 

그의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하여 미세한 표정 변화와 심리적 불안감을 포착하고, 집 내부를 복잡한 미로처럼 묘사하여 관객마저 길을 잃고 갇힌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이 숨 막히는 공간의 설정을 이해하고 카메라 워크에 집중한다면 <헤레틱>이 주는 '밀실 공포'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 2: 리드의 '모노폴리 설교'

믿음과 불신의 문 앞에 선택을 강요하는 리드와 고민하는 반스와 팩스턴

영화의 가장 지적이고 소름 돋는 장면은 리드가 여러 버전의 '모노폴리' 보드게임을 꺼내놓고 종교의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유대교의 경전 토라를 모노폴리의 원형인 '지주 게임(The Landlord's Game)'에 비유합니다.

 

그리고 기독교의 성경은 이 지주 게임의 규칙을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 다듬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가장 인기 있는 '모노폴리'와 같다고 주장하죠. 이슬람교의 코란두 번째로 인기 있는 '모노폴리 얼티밋 뱅킹'에 비유됩니다.

 

그의 '설교'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두 선교사를 교단의 신념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에 빗대고, 그들이 전파하는 모르몬경은 마치 '밥 로스'나 특정 캐릭터를 테마로 한 모노폴리의 기이한 스핀오프 버전 같다고 조롱합니다.

 

이 장면은 종교의 신성함을 완전히 벗겨내고, 자본주의 시장의 상품처럼 분석하며 두 선교사와 관객의 믿음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지적 공격입니다.

포인트 3: 아내의 존재, 블루베리 파이 향초의 배신

영화 초반, 관객과 선교사들을 안심시키는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집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블루베리 파이' 냄새입니다. 리드는 아내가 파이를 굽고 있다고 말하며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의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아내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이 '향기'를,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믿음'과 교묘하게 연결하며 질문을 던집니다. "내 아내가 있다는 걸 어떻게 믿죠?"

 

하지만 그 냄새의 근원이 파이가 아닌 '블루베리 파이 향초'였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작은 반전은 단순히 선교사들을 속이기 위한 장치를 넘어, 리드가 던지는 거대한 질문의 서막입니다.

 

아내의 존재를 증명하던 감각적 증거가 거짓이었듯,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믿음 또한 조작된 환상이 아니냐는 것이죠. 우리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평온함조차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앞으로 닥칠 공포의 시작을 알립니다.

포인트 4: '변형'이라는 핵심 키워드

리드의 설교

리드의 모노폴리 비유는 '변형'이라는 영화의 핵심 주제와 연결됩니다. 그는 종교가 시대를 거치며 변형되어 왔다고 주장하고, 두 선교사에게도 믿음의 '변형'을 강요합니다.

 

이 주제는 영화의 마지막, 팩스턴의 손에 날아든 '나비'를 통해 완성됩니다. 애벌레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나비로 변태 하듯, 팩스턴 역시 리드의 지옥 같은 시험을 거치며 그녀의 믿음이 어떤 형태로든 '변형'되었음을 암시합니다.

 

그녀의 믿음은 더 단단해졌을까요,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었을까요?


결말 해석: 나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스포일러 포함)

영화 <헤레틱>은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낡은 질문에 답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에게 믿음이란 무엇이며, 그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훨씬 더 근원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리드의 유일한 종교, '통제'

휴 그랜트가 연기한 '리드'는 단순한 사이코패스 악당을 넘어,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합리적 의심과 회의적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수많은 종교와 경전을 탐독한 끝에 유일하게 참된 종교는 바로 '통제(Control)'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의 논리적인 공격 앞에 우리의 믿음은 얼마나 단단하게 버틸 수 있을까요? 그는 자신의 집을 완벽한 통제 구역으로 만들어, 믿음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파괴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려 합니다.

기도의 효용성, 그리고 마지막 기도

흥미롭게도, 기도의 효용성에 대한 과학적 실험을 언급하는 것은 팩스턴입니다. 그녀는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회복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이성적으로 기도의 효용성이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의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서 팩스턴은 리드의 논리를 뛰어넘는 기도를 합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리드를 포함한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는 결과나 효용성을 따지는 기도가 아닌, 사랑과 연민에서 비롯된 행위로써의 믿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그래서, 나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밀실을 탈출하려는 팩스턴의 모습

이 모든 시험 끝에 '리드의 집'에서 탈출한 팩스턴의 손에 날아든 '나비'. 이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선 영화의 첫 장면을 떠올려야 합니다. 리드의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팩스턴은 순수한 얼굴로 말합니다.

 

"제가 죽으면 나비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따라다닐 거예요. 그들의 손끝에 앉아 제가 왔다는 걸 알 수 있도록요." 이 말을 들은 반스는 그녀가 귀여운 듯 웃음을 짓습니다.

 

이 대사는 마지막 장면의 나비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이 나비는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그녀가 꾸는 마지막 환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비가 실재하는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그 나비를 팩스턴이, 그리고 관객이 '어떻게 믿기로 선택하는가'가 중요하며 그 믿음에 따라 나비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나비는 그녀의 믿음에 대한 신의 응답이자 기적일까요? 아니면 영화 초반 그녀의 소망처럼, 죽어가는 팩스턴 자신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혹은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 반스의 영혼이 잠시 찾아온 것이라 믿을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리드가 언급했던 도교 사상가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지금까지의 모든 끔찍한 경험이 한낱 꿈이었음을 암시하는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이 모든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끝을 맺습니다. 어쩌면 진짜 '믿음'이란, 모든 의심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행위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입니다. 당신에게 '믿음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디즈니플러스 스릴러 영화 추천 BEST 5 | 꼭 봐야할 작품

디즈니플러스 구독은 하고 있지만, 막상 수많은 콘텐츠 앞에서 리모컨만 만지작거리고 계신가요? 특히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과 머리를 쓰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바로 이 글에

happy.heestory26.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