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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실화, 원작, 킬리언 머피 제작, 결말 해석

by 무비콜렉터 2025.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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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킬리언 머피. 세상의 모든 시나리오가 그에게 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첫 선택은 거대한 블록버스터가 아닌,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조용한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주연 배우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제작자로 나서 이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포스터 속 킬리언 머피의 깊은 눈빛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 한 배우의 마음을 이토록 절실하게 움직였을까요? 그 답은 영화의 심장이자, 아일랜드가 숨겨왔던 추악한 진실, 바로 '막달레나 세탁소' 실화 사건에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 실화: 아일랜드의 그림자, 막달레나 세탁소

영화의 배경은 1985년 아일랜드의 한 마을. 석탄 배달부 빌 펄롱(킬리언 머피)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마을 언덕 위 수녀원이 운영하는 '세탁소'의 끔찍한 비밀을 우연히 마주하게 됩니다. 그곳은 바로 '막달레나 세탁소', 혹은 '막달레나 수용소'라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막달레나 세탁소의 진실

영화 속 처음 세라를 구하고 수녀원의 진실을 알게 된 빌 펄롱

이곳은 미혼모,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힌 어린 여성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정화'를 명분으로 강제 노역을 시키던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고 국가와 사회 전체가 침묵으로 동조한 인권 유린의 현장이었습니다.

 

30년 전까지 존재했던 비극

놀랍게도 이 비극은 먼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아일랜드의 마지막 막달레나 세탁소는 1996년에야 폐쇄되었습니다.

영화 속 1985년은 이 끔찍한 역사가 끝을 향하기는커녕 버젓이 자행되던 시기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원작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말없는 소녀>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그녀는, 단정하고 건조한 문체 속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입니다.

킬리언 머피는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이 이야기는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한다"라고 결심했습니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말없는 소녀>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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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언 머피의 제작과 출연

킬리언 머피는 아내에게 책을 건넸고, 영화 제작사를 찾아가 판권을 확보했습니다. 그의 제작 참여는 단순한 커리어 확장이 아니었습니다. 아일랜드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이 잊혀가는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의 발로였던 것입니다.

저 또한 원작 소설을 읽고 난 뒤, 킬리언 머피가 제작에 참여하고 출연까지 한다는 소식에 영화를 매우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달려가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빌 펄롱'의 캐릭터 분석을 통한 결말 해석

뿌리 깊은 선의, 외면할 수 없는 마음

빌의 엄마와 네드 삼촌

주인공 빌 펄롱은 그저 선량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불쌍한 이들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뿌리 깊은 자비심을 가진 인간입니다. 그의 이런 성정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사생아인 자신과 어머니를 기꺼이 받아준 윌슨 부인의 '호의'가 없었다면, 그들 모자 역시 수녀원의 소녀들과 같은 운명을 맞았을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결코 쉽게 외면하지 못합니다.

 

양심과 현실 사이의 깊은 고뇌

깊은 고뇌를 보여주는 빌의 멍한듯 강처럼 깊은 눈빛

수녀원의 끔찍한 비밀을 알게 된 빌의 내면은 지옥 같은 고뇌로 가득 찹니다. 영화 내내 비치는 그의 멍한 듯하면서도 강처럼 깊은 눈은, 그가 얼마나 무거운 생각에 빠져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계속 나아가려면 못 본 척해야 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수녀원과 등지는 순간, 자신과 가족의 안락한 삶, 애써 이룬 사업까지 모든 것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용기 있는 선택

영화의 마지막 수녀원에서 세라를 구해 집으로 데려가는 빌의 모습

결국 그는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차를 돌립니다. 그가 세라를 구하는 행위는, 어쩌면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과거 윌슨 부인이 자신과 엄마를 거두어 준 것처럼, 그는 받은 호의를 세라에게 되돌려줍니다. 원작 소설에는 그의 결심을 대변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돕는 삶'의 의미

빌에게 삶의 의미는 '서로 돕고 사는 것'이었고, 그는 그 가치를 아는 것을 넘어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세상을 뒤엎는 영웅의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과거에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내디딘, '사소하지만 위대한' 용기의 발걸음이었습니다.

 

영화의 질문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거대한 불의와 사회 전체의 침묵 앞에서, 당신의 '사소한' 양심은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킬리언 머피의 깊고 푸른 눈동자에 담긴 고뇌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빌 펄롱이 되어 그의 무거운 발걸음을 함께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하고 큰 어떤 것이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한 사람의 '사소한' 용기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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