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드워드 호퍼>를 보고 그의 작품 세계에 매료되었습니다. 우리를 끌어당기는 그의 그림 속 '불친절한 매력'과 그림을 닮았던 그의 고독한 인생, 그리고 영화가 남긴 깊은 여운에 대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글의 순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과의 첫 만남, 영화 <에드워드 호퍼>
해석의 자유를 주는 '불친절한 매력'
그림을 닮은 화가의 '고독'
놓친 전시의 아쉬움과 <호퍼 A-Z>라는 새로운 시작
<에드워드 호퍼> 어디서 볼 수 있나?
<밤을 새우는 사람들>과의 첫 만남, 영화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라는 화가에 대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예 몰랐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분명 어디선가 그의 그림을 본 적은 있겠지만, 제 기억 속에 그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밤을 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을 우연히 마주한 순간, 이 그림에 매혹되었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은 어떤 인물들일까? 저 곳은 어떤 곳일까? 등 그림을 보고 궁금증이 피어올랐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그림 속에서 '이 화가는 누구지?'라는 강렬한 호기심이 생겨났습니다. 그가 궁금했고, 그의 다른 그림들이 보고 싶어 졌습니다. 결국 저는 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다큐멘터리 영화 <에드워드 호퍼>를 극장에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해석의 자유를 주는 '불친절한 매력'
도대체 그의 그림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이토록 끌어들이는 걸까요? 제가 그 그림 속에 빠져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영화를 보고 그의 작품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의 그림에서는 따뜻한 감정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저히 감정이 절제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죠. 그림 속 인물들은 함께 있어도 각자의 생각에 잠겨있고, 풍경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돕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차가운 분위기가 싫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비어있는 여백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생략된 부분들이 우리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림 속 인물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창밖의 사람은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작가는 모든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바로 그 '불친절함' 속에서 우리는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며 그림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그림의 진짜 의미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마음대로 해석해 볼 자유가 있습니다.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해석하고 싶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호퍼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을 닮은 화가의 '고독'
한 화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의 사적인 삶 역시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영화는 그의 아내 '조세핀 호퍼'의 일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인간 에드워드 호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그림처럼, 결코 다정하고 살가운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혼자 있기를 즐기고, 냉소적이며, 말수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인간적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이 예술을 하기에 더 적합한 걸까? 영감을 얻기 위해 고독을 선택하는 걸까, 아니면 고독하기에 예술적 영감이 떠오르는 걸까?'
그리 매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이 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그의 성격과 작품이 놀랍도록 닮아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의 작품 세계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는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보는 것 너머에 그는 어떤 마음을 숨겨두었을까요. 그의 작품을 보면 볼수록 그의 마음속이 더 궁금해집니다.
놓친 전시의 아쉬움과 <호퍼 A-Z>라는 새로운 시작
사실 몇 년 전 서울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대규모 전시가 열렸을 때, 저는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에 아쉽게도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사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제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는 영화의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호퍼 A-Z>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영화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호퍼 A-Z - 예스24
2023년 4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호퍼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 최초로 개최되는 호퍼 회고전을 맞아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예술을 담아 써낸 『호퍼 Hopper A-Z』를 박상미가 한국어로 옮겼다. 202
www.yes24.com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나니 그의 그림을 보고 또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집니다. 볼 때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보는 날의 제 마음에 따라 그림의 느낌과 해석이 다르게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언젠가 그의 작품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직접 찾아가든 한국에서 또 한 번의 기회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에드워드 호퍼> 어디서 볼 수 있나?
현재는 영화관 상영이 다 끝났기 때문에 OTT 플랫폼을 통해서 영화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최신 다시 보기 정보를 볼 수 있는 키노라이츠에서 OTT 정보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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