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열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하얼빈>의 리뷰를 담은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안중근 열사의 거사 이전의 이야기, 역사적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캐릭터,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에 대한 차이점, 영상미와 아쉬웠던 점까지 모두 담았습니다.
📋 글의 순서
1909년 하얼빈, 총성 이전의 이야기
1909년 10월 26일, 얼어붙은 땅 하얼빈에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는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있었습니다.
영화 <하얼빈>은 단순히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영웅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국과 동지들을 향한 묵직한 책임감과 시대의 비극 속에서 흔들렸을 한 인간의 고뇌, 그리고 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동지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현빈의 안중근 연기: 영웅 아닌 고뇌하는 인간
현빈이 연기한 안중근은 기존의 '불굴의 영웅' 이미지와 다르게, 실패와 자책, 흔들림을 겪는 인간적인 모습을 집중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표정과 몸짓을 통한 내면 연기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며, 실제로 안중근이 “길을 잃었다”라고 말할 만큼 결심 이전의 고뇌와 불안이 주요하게 그려집니다. 결심의 원동력이 추상적 대의명이 아닌, 동지들의 죽음과 현실적 고통에서 비롯된 점이 영화만의 전략적 접근입니다.
또한, 안중근의 냉철한 지도력보다 사적인 고민과 죄책감을 내면적으로 보여줍니다. 영웅적인 서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라 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조연 배우들의 캐릭터 분석
박정민은 캐릭터와 영화 분위기를 절묘하게 배합해 극의 윤활유 역할을 하며, 존재감이 압도적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조우진은 인생 연기라는 극찬과 함께 벌써 남우조연상 후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동욱·전여빈 등 가상 인물의 경우, 리얼리티 측면에서는 다소 이질감이 있다는 평도 있고, 이들의 존재 자체가 영화적 장치로서 기능한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덕순 역의 박정민 배우가 밸런스를 조금이나마 잡아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는 좀 더 현실적인 연기를 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면서 극을 너무 비장하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만들어 주는 인물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역할이었습니다. 또한 밀정의 반전이 영화의 흥미를 좀 더 올려주었습니다. 주인공인 안중근보다 박정민과 조우진 배우가 연기한 우덕순과 김상현의 에피소드가 더 흥미진진했기 때문일까요? 그들의 연기가 더 돋보였습니다.
'이토 히로부미'역의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
'어느 가족'을 너무나 인상적으로 봤었기 때문에 릴리 프랭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를 알아차렸습니다. 일본 배우가 우리나라 영화에 어떻게 출연했을까요? 영화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민호 감독이 릴리 프랭키에게 이토 히로부미 역을 제안했을 때는 민감한 역할 때문에 당연히 거절할 것이라 예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릴리 프랭키는 시나리오에 반해 단번에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캐스팅이 쉽게 성사된 이유는 릴리 프랭키가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의 팬이었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내 전작들을 너무 잘 봤다고, 팬이라고 하셔서 오히려 캐스팅이 쉽게 성사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감독은 "처음부터 그 역할은 일본 배우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토 히로부미가 너무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이라 한국 배우 캐스팅이 부담스러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시나 그의 흡인력 있는 연기와 목소리가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분량을 많이 차지하지는 않지만 '이토 히로부미'의 압도적 존재감을 아주 잘 표현해 줬다고 생각됩니다.
영화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영화는 역사를 재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때로는 더 극적인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선을 위해 '영화적 허용'이라는 상상력을 가미하죠. 영화 <하얼빈> 역시 우리가 아는 역사에 어떤 상상력을 더했을까요? 흥미로운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포인트 1: 영화를 위해 창조된 가상의 인물
- 역사적 사실: 실제 하얼빈 의거는 안중근 의사를 중심으로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이 함께 계획하고 실행했습니다.
- 영화적 허용: 영화에 등장하는 전여빈 배우가 연기한 '공부인'은, 기록에는 없고 극적으로 재창조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상의 인물은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거나, 작전의 긴장감을 높이는 등 극의 재미를 위한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었습니다.
포인트 2: 더 극적으로 각색된 의거 과정
- 역사적 사실: 실제 의거는 매우 짧은 순간에, 치밀한 계획하에 이루어졌습니다.
- 영화적 허용: 영화에서는 이 과정이 더욱 긴박감 넘치는 첩보전처럼 그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기치 못한 추격전이나 동지들 간의 갈등, 일본 측의 방해 공작 등 실제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극적인 사건들이 추가되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포인트 3: 안중근 의사의 알려지지 않은 고뇌
- 역사적 사실: 우리는 안중근 의사를 흔들림 없는 신념을 가진 위인으로 기억합니다.
- 영화적 허용: 영화는 그의 영웅적인 모습 이면에 숨겨진 한 인간으로서의 두려움, 외로움, 동지들에 대한 미안함 등 내면의 고뇌를 깊이 파고들어 표현합니다. 현빈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그려지는 '인간 안중근'의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처럼 영화 <하얼빈>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뼈대에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살을 붙여, 우리에게 더 큰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실제 역사와 영화의 차이점을 발견하며 관람하신다면 더욱 풍성한 영화 감상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 감상평
안중근 열사, 인간으로서의 그를 알게 되는 계기
안중근 열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교과서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 이외의 것들을 영화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영화 속에서 허구로 만들어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 속에서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영웅이기 이전에 그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사실 영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편견을 갖게 됩니다. 위인들은 모두 인간처럼 나약하지 않고 매우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함께 싸우다 죽은 동지들에 가슴 아파하며, 전투의 잔상에 괴로워합니다.
거기다 포로가 된 일본군을 인도적으로 풀어줌으로써 인간적인 면을 더 부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당한 수모를 생각한다면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런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독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일까요? 일본인들과 똑같이 무자비한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창섭 동지의 말처럼 그는 정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영상미
IMAX에서 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상미는 뛰어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안중근이 얼어있는 강을 건널 때의 모습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어떤 상상 속의 장소 같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사막에서 폭약을 구하던 장면들도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영상미가 뛰어났긴 하지만 극의 분위기에서 갑자기 생뚱맞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쉬웠던 점: 비장함의 어색함
거사를 도모하는 독립군의 모습은 멋져야 합니다. 담배를 연신 피워대며 책임론을 이야기하는 장면. 당연히 멋있어야 하는데 왜 그러한 비장함이 억지스럽게 느껴졌을까요?
영화이기 때문에 그러한 장면은 굉장히 멋지게 표현되어야만 할 겁니다. 안중근이 손가락을 자르고 혈서를 쓰는 멋진 장면이 맞는데도 그 장면이 그렇게까지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공부인은 자신의 남편을 독립 전투에서 잃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연신 음울한 표정과 말투가 분위기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다른 출연자들과의 균형이 맞지 않다고 느껴져서 캐릭터의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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