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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태풍이 지나가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

by 무비콜렉터 202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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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리뷰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말하는 어른의 성장, 미완성의 가족, 후회와 현실, 그리고 일상의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파헤칩니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포스터



들어가며: 어릴 적 꿈꾸던 어른이 되었는가

영화를 보고 나면 ‘꿈꾸던 어른이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해보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인생꿈꾸던 어른에 대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의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깊이 있게 알아보고자 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릴 적 꿈꿨던 어른’의 모습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마주한 현실의 나는 그 모습과 사뭇 다를 때가 많죠. <태풍이 지나가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영화입니다.

 

화려한 사건 대신, 찌질하고 서툰 주인공 ‘료타’의 일상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족,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위로를 되짚어봅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영화

“제가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성장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어른들의 모습이었어요. 어릴 때 생각했던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하는 인생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NHK 인터뷰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에 대한 감독의 애정 어린 시선입니다. 주인공 료타(아베 히로시)는 한때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였지만, 지금은 흥신소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갑니다.

흥신소 탐정일을 하며 차에서 어딘가를 망원경으로 쳐다보는 료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꿈은 안정적인 ‘지방 공무원’이었습니다. 아버지처럼 불안정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의 그는 아버지처럼 복권을 사고 경륜장을 드나들며 인생 한 방을 꿈꿉니다.

 

돈이 없어 집세도, 전기요금도 내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그토록 경멸했던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료타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도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죠. 우리 대부분은 료타처럼 ‘꿈꿨던 모습’이 되지 못한 채, 때로는 자기혐오의 대상이었던 누군가를 닮아갑니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그런 평범한 실패와 제자리걸음 자체를 인생의 한 부분으로 따뜻하게 끌어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료타의 모습에 쓴웃음을 짓다가도, 어느새 그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가족은 언제나 완전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거나, 완전히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The Japan Times 인터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 ‘가족’은 언제나 중요한 테마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가족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복잡한 관계입니다.

료타와 아들 싱고가 교코가 떠나가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

료타는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고, 아내에게는 실망만 안겨준 전남편일 뿐입니다. 늙은 어머니(키키 키린)는 그런 아들을 안쓰러워하면서도 뼈 있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죠.

태풍이 부는 밤 좁은 할머니 집에 모인 료타와 전부인 교코, 아들 싱고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태풍이 부는 하룻밤, 좁은 집에 억지로 모이게 된 네 가족은 어색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극적인 화해나 용서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서로의 불완전함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를 보듬으려는 노력, 그것이 감독이 말하는 가족의 진짜 의미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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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사이,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법

"인생에서 사람들은 종종 원했던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그 현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여전히 매일을 진심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The Guardian 인터뷰

우리 역시 크고 작은 후회를 안고 살아갑니다. 감독은 이 ‘후회’와 ‘현실과의 타협’이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료타의 어머니가 흐뭇한 미소로 웃고 있는 모습

영화 속에서 어머니는 료타에게 말합니다. "행복이란 건 말이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거란다." 이 대사는 단지 아들을 향한 조언이 아닙니다.

료타의 어머니가 40년 넘게 살고 있는 연립주택의 외관

그녀 역시 연립 주택을 벗어나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여전히 40년 된 좁은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원했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료타나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료타가 꿈꿨던 소설가의 삶을 완전히 이루지 못했더라도,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료타의 작은 성장이자, 영화가 관객에게 건네는 메시지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 남는 것들

“평범하고 작은 일상 속에 행복이 있다고 믿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맑게 갠 하늘처럼, 우리 삶에도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사히 신문 인터뷰

태풍이 불어올 때는 굉장히 거칠고 센 비바람이 내리칩니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 쨍쨍한 날씨가 우리를 반깁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하룻밤의 태풍이 지나가고 가족들은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태풍이 료타 가족의 관계를 무언가 극적으로 바꾸어 놓지는 않았습니다. 료타는 여전히 찌질하고, 가족들은 여전히 티격태격할 겁니다.

헤어진 전부인과 좁은 방에 앉아 대화하는 료타

하지만 작은 변화는 분명히 있습니다. 함께 먹었던 차가운 칼피스의 맛, 긁지 않은 복권에 담긴 희망, 아들과 나눈 사소한 대화 같은 것들입니다. 감독은 이런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 속에 진짜 행복과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작은 믿음만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죠.

 

<태풍이 지나가고>는 인생의 쓴맛을 알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이 영화가 당신에게 조용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영화는 현재 웨이브, U+모바일tv에서 스트리밍 가능합니다. OTT 정보는 계속 변경될 수 있으니, 최신 정보는 키노라이츠에서 확인하시면 보다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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