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 <어느 가족>을 리뷰한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어느 가족>의 실화 여부, 가족 관계도, 영화의 결말 해석, 감독의 시선으로 본 진짜 가족의 의미를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어느 가족>, 실화 여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어느 가족>은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것이 맞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부모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연금을 부정 수급한 가족의 이야기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영화 속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의 연금으로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에 직접적인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감독은 이 '연금 사기 사건' 외에도 '아이를 차에 방치한 사건',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 등 당시 일본 사회에 만연했던 문제들을 영화 곳곳에 녹여냈습니다.
그는 "범죄로 유지되는 가족이라는 설정 안에서, 과연 무엇이 그들을 가족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즉, <어느 가족>은 특정 단일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비극적인 형태로 생존해야 했던 실제 사건들을 엮어 만든, 현실에 깊게 뿌리내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가족>의 ‘가짜' 가족 관계도
영화는 언뜻 보면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3대가 모여 사는 평범한 대가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짜 가족이었습니다.
- 할머니 (하츠에): 이 집의 주인이자 유일한 연금 수급자. 전남편이 다른 여자와 낳은 아들의 딸인 '아키'를 데려와 키웁니다.
- 아빠 (오사무): 공사장에서 일하며 좀도둑질로 생계를 잇는 가장. 쇼타를 차 안에서 발견해 데려왔습니다.
- 엄마 (노부요): 세탁 공장에서 일하며 오사무와 사실혼 관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상처를 가졌습니다.
- 이모/언니 (아키): 업소에서 일하며, 할머니의 진짜 손녀는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친부모에게 용돈을 뜯어내는 할머니의 '공범'에 가깝습니다.
- 아들 (쇼타): 차 안에 방치되어 있던 것을 오사무가 데려온 아이. 오사무에게 좀도둑질을 배웁니다.
- 딸 (유리/린): 친부모에게 학대받던 것을 오사무와 노부요가 데려온 아이.
이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사회와 진짜 가족에게서 밀려나, '하츠에'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위태로운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법적으로, 혈연적으로는 아무 관계도 아니지만,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가족'이 되어갑니다.
결말 해석: 그들은 '진짜' 가족이었을까?(스포일러 포함)
영화의 마지막, 쇼타는 도둑질을 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그런 쇼타를 두고 도망가려던 가족은 경찰에 붙잡히게 됩니다. 그렇게 가족이 해체된 후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남깁니다.
노부요의 눈물
취조실에서 "아이들이 당신을 뭐라고 불렀나요?"라는 질문에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노부요. 그녀의 눈물은 '엄마'라는 말을 듣지 못한 슬픔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엄마였다고 믿는 모성의 증명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은 칸 영화제에서 "앞으로 우리가 찍는 영화에 우는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안도 사쿠라를 흉내 낸 장면일 것"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쇼타의 속삭임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멀어지는 오사무를 보며 쇼타는 처음으로 나지막이 '아빠'라고 부릅니다. 이는 그동안 부정하고 싶었던 오사무와의 유대를 비로소 인정하고, 진짜 '아들'이 되는 순간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이제는 헤어져야만 하는 '아버지', ‘아저씨’로 돌아가는 오사무를 향한 안타까운 작별 인사이기도 합니다.
유리의 시선
다시 친부모의 집으로 돌아간 유리(린)는 쇼타와 함께 가지고 놀던 구슬을 모으며 부모의 무관심 속에 혼자 놉니다. 그리고 베란다 난간 너머 자신을 부모의 폭력으로부터 구했던 노부요와 오사무를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유리는 자신을 구해주었던 '가짜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그것은 학대의 공간으로 돌아온 아이의 절망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감독의 시선: 무엇이 가족을 만드는가?
"가족이란, 때로는 성가신 존재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TV 다큐멘터리 연출가로 경력을 시작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회의 그늘진 곳,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그의 이러한 배경은 영화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과장된 신파 없이 현실을 담담하게 비추는 그만의 연출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그의 영화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화두는 단연 '가족'입니다. 특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의 딜레마를, 그리고 최근작 <브로커>에서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혈연을 넘어선 대안 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가족>은 이러한 감독의 오랜 탐구의 정점이자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는 한 해외 인터뷰에서 "<어느 가족>의 인물들은 사회 시스템에서 실패하고 낙오한 사람들 일지 몰라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유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선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감독에게 가족을 만드는 것은 피나 제도가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과 나누는 마음, 그리고 서로를 향한 '선택'인 셈입니다.
영화 속에서 가족들이 함께 불꽃놀이를 올려다보지만 소리는 듣지 못하고, 바다에 가서야 비로소 하나의 공동체처럼 보이는 장면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기에 의미 있는' 그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결국 감독은 '정상 가족'이라는 사회적 틀에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에게 '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하고도 근원적인 질문을 남깁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 영화 추천] 일상 속 특별한 감동 BEST 5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 영화 추천: 일상 속 특별한 감동 BEST 5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가족 영화 5편의줄거리, 영화 속 가족의 모습, 수상 내역을 소개합니다. 그의 작품이 선사하는 깊은 감동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느껴보세요.고레
happy.heestory26.com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웡카> 리뷰 | 티모시 샬라메, 움파룸파, 웡카2 제작 정보 총정리 (0) | 2025.07.31 |
---|---|
영화 '추락의 해부' 결말 해석, 진실은 무엇인가? (수상 내역, OTT 정보 포함) (2) | 2025.07.31 |
영화 <브루탈리스트> 리뷰: 결말 해석, 실화, OTT 정보 (1) | 2025.07.30 |
<존 오브 인터레스트> 결말 해석: 소름 돋는 실화와 보이지 않는 공포 (후기, OTT) (1) | 2025.07.30 |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를 보고 남는 6가지 질문 (결말 해석, 소지섭, OTT 정보) (2) | 2025.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