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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러브레터' : 첫사랑과 겨울의 아이콘

by 무비콜렉터 2025.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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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첫사랑의 아이콘과 같은 영화 <러브레터> 리뷰 글입니다. 같은 얼굴의 두 여인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주인공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남긴 여운, 결말 속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도착한 '러브레터'까지 모두 담은 글입니다.

영화 러브레터의 포스터

 

 

영화 '러브레터': 겨울과 첫사랑의 아이콘

"잘 지내시나요?"라는 뜻의 일본어 "오겡끼데스까(お元気ですか)". 이 한 마디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입니다.

눈 밭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와타나베 히로코

개봉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러브레터>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첫사랑 영화'의 대명사로 기억됩니다. 특히 올해 1월 재개봉하여,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 영화를 다시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어 더욱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영상미,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는 피아노 선율, 그리고 죽은 연인을 향한 그리움으로 시작되어 잊고 있던 첫사랑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러브레터>는 왜 지금까지도 우리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걸까요?

 

같은 얼굴의 '와타나베 히로코', '후지이 이츠키'

<러브레터>의 이야기는 조금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관객을 헷갈리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가 있죠. 바로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그의 첫사랑인 '후지이 이츠키'같은 배우(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으로 연기한다는 점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두 사람이 너무 닮아 동일 인물인지 헷갈릴 수 있지만, 이 설정이야말로 영화의 핵심 반전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복선입니다.

  • 와타나베 히로코: 사고로 연인 '후지이 이츠키'를 잃고, 그를 잊지 못해 힘들어합니다.
  • 여자 '후지이 이츠키': 죽은 남자'후지이 이츠키'와 동명이인이자 중학교 동창. 현재는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히로코는 죽은 연인의 옛 주소, 즉 지금은 국도가 되어버린 곳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답장이 오죠. 편지를 받은 사람은 바로 연인과 이름이 똑같은 여성 '후지이 이츠키'였습니다.

연인 후지이 이츠키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을 받고 기뻐하는 와타나베 히로코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는 히로코에게는 죽은 연인의 몰랐던 과거를, 여성 이츠키에게는 까맣게 잊고 있던 중학교 시절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짓궂은 장난만 치던 남학생으로 기억했던 남성 '후지이 이츠키'가 사실은 자신을 남몰래 좋아했다는 사실을, 편지를 통해 서서히 깨닫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 줄거리입니다.

 

소년 '후지이 이츠키'가 남긴 여운

영화를 보는 내내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왜 남성 '후지이 이츠키'의 성인 시절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 걸까요? 관객의 기억 속에 '후지이 이츠키'를 히로코의 연인이 아닌, 풋풋한 중학생 소년의 '첫사랑 아이콘'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도서관의 커튼이 흔들리는 창가에서 책을 읽는 소년 후지이 이츠키

그의 성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소년 후지이 이츠키의 모습만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와 여운이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깊은 여운은, 마침내 시간을 넘어 도착한 그의 진심 앞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결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도착한 '러브레터'

여성 이츠키의 중학교 후배들이 찾아와 낡은 책 한 권을 건넵니다.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이죠. 후배들은 책 속 도서 대출 카드를 보여주며 뒷면을 보라고 합니다. 그 뒷면에는, 어린 시절 남성 후지이 이츠키가 정성껏 그린 여성 후지이 이츠키의 초상화가 있었습니다.

도서 대출카드 뒷면을 확인하는 여성 후지이 이츠키

이것이 바로 그가 평생 전하지 못한 첫사랑의 고백, 그의 '러브레터'였던 셈입니다. 짓궂은 장난과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으로 빌린 수많은 책들은 모두 그의 서투르고 순수한 사랑 표현이었습니다.

 

뒤늦게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여성 이츠키가 부끄러움과 슬픔, 그리움이 뒤섞인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말로 전하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도 진심은 반드시 전해진다는 메시지를 남기면서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에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러브레터>는 시간이 흘러도 그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혹은 다시 한번 그 감동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러브레터>와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현재 '러브레터'는 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다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2025년 8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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