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최고 화제작,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관람 후기. '박찬욱=잔인함' 공식을 깬 웃음 빵빵 블랙코미디! 이병헌의 인생 코믹 연기와 GV에서 직접 들은 비하인드까지, 이 영화를 봐야 할 모든 이유를 담았습니다.
📋 글의 순서
1.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1순위 <어쩔수가없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경험이 없습니다. 특유의 잔인하고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스크린을 끝까지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만큼은 달랐습니다.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소식으로 이미 뜨거웠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배우들의 조합 덕분에 저의 '피켓팅' 1순위 영화가 되었습니다.
치열한 예매 전쟁을 뚫고 영화관에 앉았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영화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영화는 저처럼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최고의 '입문작'이 될 것이라고요.
2. 웃음 터지는 블랙코미디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가장 놀랐던 점은 '정말 많이 웃었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기막힌 유머를 던지며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코 배우 이병헌이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 코미디 연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배우였던가요? 곤경에 처할수록 점점 더 뻔뻔하고 처절해지는 그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심각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만 기억했던 분이라면, 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3. 웃음 끝에 찾아오는 씁쓸함, 주인공 '만수'에게서 우리를 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보며 객석에서는 끊임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는 웃고 있으면서도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기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바로 주인공 '만수'(이병헌 분)의 삶에 깊이 몰입하게 된 순간부터였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은 처음에는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워 보입니다. 경쟁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어리숙하게 행동하던 그는, 점차 상황을 주도하고 계획적으로 변모해 갑니다. 우리는 그의 변화를 보며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대담해질수록,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가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웃음 뒤에 찾아오는 씁쓸함과 슬픔,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가 느꼈을 거대한 부담감에 대한 깊은 연민. 이 복합적인 감정이야말로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진짜 얼굴이 아닐까요? 어쩌면 '만수'의 이야기는 스크린 속 허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현실이자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웃음의 끝 맛이 더욱 씁쓸해졌습니다.
4. "어쩔수가없다", 우리 모두를 위한 변명
이번 GV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쩔수가없다'라는 제목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이 말을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 모른다. 나 자신도 영화를 만들고 나서 더 자주 쓰는 것 같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은 한 번 이상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합니다. 저마다의 절박한 사정과 그럴듯한 변명들이 있죠.
영화는 스크린을 넘어 우리에게 묻는 듯했습니다. "당신은 오늘, 몇 번이나 '어쩔 수 없다'고 말했나요?" 이 질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영화는 유쾌한 웃음 끝에 이처럼 묵직한 성찰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5. "천만 갈 것 같아요!" 관객의 외침이 확신으로 다가온 이유
GV 마지막,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객석 어딘가에서 한 관객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천만 될 것 같아요!" 단순한 응원이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관객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진심이 담긴 외침이었죠.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명성에 대중성까지 완벽하게 갖춘 영화입니다. 웃음으로 시작해 공감과 성찰로 끝나는 이 영화의 강력한 힘은, 감독의 팬들은 물론 저처럼 그의 영화를 망설였던 관객들까지 모두 사로잡을 만한 힘이 있습니다.
웃음, 서스펜스, 배우들의 명연기, 그리고 곱씹을 만한 메시지까지. 천만 관객이 사랑할 모든 요소를 갖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마무리: 박찬욱의 신세계, 당신도 경험할 시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어쩔수가없다'는 저에게 박찬욱 감독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열어준 아주 고마운 영화입니다. 만약 저처럼 그의 영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선입견이 있었다면, 이번 영화를 통해 그 벽을 허물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아마 영화가 끝나고 나면, 왜 사람들이 '거장'이라고 부르는지, 그리고 그의 다음 작품을 왜 기다릴 수밖에 없는지 온몸으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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